2012년 프로야구 정규리그도 이제 막바지에 이르렀다. 6개월 동안 대장정을 한 8개 팀들은 133게임을 마무리하고 있다. 


팀당 몇게임 안 남겨놓은 현재 삼성은 이미 10월 1일 리그 우승 축배를 들었고, 에스케이도 2위를 확정지었다. 그리고 두산도 준플레이오프 진출을 확정지었다. 또한 1승만 하면 4위를 확정지어 여유로운 선수운영을 할 수 있었던 롯데도 10월 2일에서야 기아의 거센 추격을 뿌리쳤다.


길고 긴 한 시즌이 끝나면 순위가 결정된다. 당연히 스포트라이트는 1위에게 간다. 그리고 플레이오프에 들어갈 팀들에게도 이목이 집중된다. 하지만 꼴찌 팀에게도 연민의 시선을 보낸다. 특히 꼴찌 감독은 교체 대상 1호이므로 경질 여부에 관심이 쏠린다. 꼴찌를 한 한화가 발빠르게 이미 한대화 감독을 정리했지만.


꼴찌한 팀은 항상 그렇듯 호사가들의 극성스런 복기에 시달린다. 각 언론이나 평론가들은 분석 기사를 쏟아내기에 여념이 없다. 왜 꼴찌를 하였는지 원인을 찾는 것은 당사자에게 고문일 것이다. 공부 못한 학생에게 왜 꼴찌를 했는지 원인을 분석해 주는 행위는 조금은 잔인하다. 누구보다 당사자 자신이 잘 알고 있기 때문이다.


그럼 프로야구 꼴찌의 역사에 대해 논해보기로 하겠다. 여기에 등장하는 팀들은 자신의 기억하고 싶지 않은 과거를 논하는 자체에 자존심이 좀 상하겠지만 그래도 그것은 한국 프로야구의 역사이므로 양해를 해주었으면 한다. 그리고 이것 또한 엄연한 기록이기 때문에 보존 가치가 있다.


80년대는 프로야구의 태동기, 즉 ‘데드볼’ 시대였다. 그 당시 꼴찌 주자는 단연 삼미였다. 원년 창단 멤버인 삼미는 3년 만에 청보로 바뀌고, 다시 3년 만에 태평양이란 이름으로 거듭 태어난다. 불과 6년 만에 주인이 세 번이나 바뀐 것이다. 그러면서 그 팀은 이름을 바꿔가며 5번이나 꼴찌를 한다. 특히 기록의 가치가 미미했던 82년 원년에는 야구사에 처음이자 마직막인 1할대의 엽기적인 승률로 극약의 꼴찌를 한다.


그 후 90년대에 들어선 삼미의 후신 태평양은 약진을 거듭하여 꼴찌를 한번만 하였고, 현대가 인수한 후에는 누구도 예상하지 못한 극강의 시절도 보낸다. 야구사는 새옹지마다. 현대의 화려한 시절도 잠깐, 넥센으로 이름이 바뀐 이후부터 현재까지 하위권에서 맴돌고 있다. 급기야 2011년에는 약 20년 만에 극적으로 꼴찌를 하게 된다.


90년대는 프로야구의 중흥기였다. 그 당시 꼴찌는 91년 창단한 지금의 에스케이 쌍방울이란 팀이었다. 4개팀씩 양대 리그로 펼쳐진 1999, 2000년 시즌을 포함해서 꼴찌 5회였다. 쌍방울은 새롭게 창단한 팀이었기 때문에 꼴찌를 감수해야 했다. 전력이 상승하기 위해선 일정 기간 시간이 필요했지만 그래도 96년과 97년에 3위까지 올라가는 센세이션을 일으킨다. 그리고 에스케이에 인수된 2001년부터는 일취월장하여 꼴찌와는 거리가 먼 만년 우등생이 된다. 신흥 강호가 된 에스케이는 어두웠던 과거를 걷어내고 지금은 화려한 시절을 구가하고 있다.


그 당시 쌍방울이 다섯 번이나 꼴찌를 한 것은 피치 못 할 이유가 있지만, 그에 뒤질새라 꼴찌를 3번한 팀이 있었다. 놀랍게도 바로 현재의 두산 오비였다. 기록으로 보면 90년대가 두산의 암흑기였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원년 후 31시즌 동안 두산이 전부 3번 꼴찌했는데 그 시기가 바로 90년대였기 때문이다. 그리고 더 놀라운 것은 94년에 쌍방울에 이어 7위를 한 오비는 다음 해 95년 당당히 리그 1위와 코리안시리즈를 장악하고, 96에는 다시 꼴찌로 추락하는 사건을 만들어낸다. 한마디로 초절정 롤러코스트가 아닐 수 없었다.


이제 한국 야구가 세계로 진격하는 2000년대가 개막한다. 그 시대의 꼴찌는 두말할 것 없이 단연코 롯데이다. 경이로운 것은 2001년부터 2004년까지 80년대 최약체였던 삼미도 해내지 못한 4연속 꼴찌를 했다는 것이다. 대한민국 야구사에 전무후무한 기록이 아닐 수 없었다. 2연속은 있을지언정 3연속을 한 팀은 없었다.


더구나 2002년에는 0.265의 승률로 꼴찌를 하고, 2003년에도 그보다 조금 향상된 정확히 0.300로 최하위를 했다는 점이다. 2할대 승률은 20년 전 삼미 슈퍼스타즈가 세원던 기록 0.188 다음 가는 대단한 기록이었다. 기록적 의미가 미미했던 원년 리그를 감안할 때 2할 승률은 21세기 현대 야구에서는 좀처럼 나오기 힘든 희귀한 기록이 아닐 수 없었다. 그런 성적은 야구팬의 조롱감이 되기에 충분했다. 현재 롯데 특유의 무기력증은 그 당시에 만들어졌는지 모른다.


그리고 8,90년대 중원의 절대고수였던 기아도 2000년대 중반 이후에 두 번이나 꼴찌를 하는 수모를 겪는다. 물론 출중한 투수진과 김상현의 깜짝 활약으로 2009년 1위를 했지만 2012년 현재까지 볼 때 침체기인 것만큼은 분명하다.


또한 한화도 창단 연도인 86년에 꼴찌를 맛본 후 20여 년 동안 꼴찌와는 거리가 멀었는데 2009년 이후 4년 사이에 3번이나 꼴찌를 마구 해댄다. 요즘의 한화를 보고 있노라면 2000년대 초의 롯데를 보고 있는 것 같아 안타깝다. 현재 한화의 선수 구성을 볼 때 비관적인지 모르지만 당분간 하위권에서 벗어나기는 힘들 것 같다. 냉정한 평가이다. 이유는 무엇보다 팀 전체에 패배주의가 팽배해 있기 때문이다.


또 다른 신흥 약체 팀은 엘지이다. 원년 엠비씨 시절 이후 꼴찌하곤 전혀 상관이 없었던 엘지는 2006년과 2008년 건너뛰기 두 번 꼴찌를 한다. 한 때 이광환의 신바람 야구로 한국야구의 미래였던 엘지는 무엇을 해도 안 되는 팀으로 전락하고 말았다. 에프에이 거물들을 계속 사들이면서도 하위권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지경이다.


참고로 역대 꼴찌 순위를 열거하겠다.


8회 - 롯데 

7회 - 넥센(삼미2-청보2-태평양2-현대-넥센1) 

5회 - 에스케이(쌍방울4-에스케이1)

4회 - 기아(해태2-기아2)

4회 - 한화(빙그레1-한화3)

3회 - 두산(오비3-두산)

2회 - 엘지


삼성은 왜 없냐하면 꼴찌를 한 번도 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롯데의 꼴찌 분포는 고르게 나누어져 있다. 80년대와 90년대에 2번씩, 그리고 암흑기인 2000년대에 4번이다. 그리고 고유한 팀 이름으로 따졌을 때 롯데의 8회 꼴찌 기록은 한 세대가 갈 때까지 깨지지 않을지도 모른다. 해태와 기아의 10회 우승 기록과 버금가는 기록이라고 하면 롯데로서 기분 나쁘겠지만, 기록면에서 볼 때 가까운 시일 내에 롯데의 기록을 넘어서는 팀이 나타나지 않을 것임은 안타깝지만 분명하다.


1위 경쟁을 하는 팀들은 승리를 위해 싸우지만 하위 팀들은 꼴찌를 면하기 위해 승리에 목말라 한다. 상위 팀의 1승과 하위 팀의 1승은 의미가 다르다. 하위 팀의 승리 하나가 상위 팀의 승리 하나보다 더 값진 것인지도 모른다. 하위 팀의 1승은 눈물의 1승이다. 그래서 그 1승이 너무나 인간적이다. 결코 동정심은 아니다. 그래서 지금의 한화에게 응원의 박수를 보낸다.


축구나 농구나 배구에서 60% 승율로 결코 우승하지는 못한다. 최소한 70%는 되어야 우승할 수 있다. 그리고 40% 승률로는 꼴찌를 하지 못한다. 꼴찌를 위해서는 훨씬 더 낮은 승률을 요한다. 


하지만 야구는 지는 데 익숙한 종목이다. 좀 미화하자면 패배의 미학이 존재하는 유일한 종목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60%의 승율로 우승을 하고 40%의 승율로 꼴찌를 하는, 1위와 꼴찌의 차이가 가장 좁은 종목이 야구이다. 이길 수 있는 확률이 60%이고 질 확률도 40%인 것이다. 그만큼 지는데 익숙해지지 않으면 스트레스를 받아 감독 못해먹는다. 역으로 말하자면 이기기도 힘들지만 지는 것도 힘들다. 결코 진다고 절망하지 않는다. 그래, 질 수 있는 것이 야구니까. 작년의 꼴찌가 올해는 우승할 수 있는 게 야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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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안호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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