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망봉 2016년 12월 3일

산행 2016. 12. 23. 21:08

2016년 12월 03일

국망봉

용수동 9시 40분 - 무주채 들머리 10시 20분 - 정상 13시 50분 - 국망봉휴양림 입구 16시 10분 - 이동초등학교 16시 40분

가평역 군내버스 8시 35분 - 이동초등학교 7-2번 군내버스 16시 45분 광릉내로 나옴

 

놀랍게도 무주채 등로는 처음이다. 지도에서 보아 온 국망봉 무주채 등로는 만만한 게 아니었는데 어쨌든 왜 지금껏 그 등로를 외면했는지 이유는 모르겠다. 불확실한 등로를 자진해서 찾아가 사서 개고생을 한 것만 해도 무수히 많은데 말이다.

 

어찌 되었든, 이틀 전 눈이 내렸다. 남쪽 보다 상상 외로 적설량이 많았다. 지난번 이동 - 무주채 코스가 눈을 동반한 악천후로 실패로 돌아갔던 바, 다시 무주채로 가기 위해 이번엔 반대 방향을 선택했는데, 이것 또한 많은 적설량으로 순탄치 않은 산행을 예고하고 있었다.

 

아마도 앞서 간 발자국 하나가 없었다면 무주채 폭포에서 발길을 돌려 석룡산을 갔을 것이다. 하지만 그 발자국의 유혹을 뿌리치지 못하고 무주채를 지나 올라갔고 얼마 후 그 발자국 주인을 만났으며, 둘이 무언의 동반 산행에 동의하고 정상을 행해 계속 전진했다. 이틀 전에 내린 눈이라 앞선 발자국이 있을리 만무였다. 그렇다고 러썰을 할 정도로 적설량이 많지는 않았다. 길을 찾기 위해 이러저리 헤매기를 여러번, 그래도 힘들면 하산하리라고 마음을 먹었지만, 팔자가 그렇듯 하산하기 불가능한 지경에 까지 도달하여 이젠 오직 전진 만이 내가 살길이라고, 그렇게 절박함에 이르고 말았던 것이다.

 

두려웠다. 물론 동행자가 없었다면 일찍감치 하산했겠지만, 운명처럼 산은 나를 놓아주지 않았다. 나를 붙잡고 끝까지 이리저리 내치며 끌어 올렸다. 지독한 된비알과 애매한 등로는 더욱 나를 지치게 만들었고, 순간 두려움이 엄습했으며, 고개를 드는 그 두려움을 억누르려고 정신을 집중했다. 본능적인 맨탈이 치밀어 올랐다. 그런 내가 싫었다. 이제 이런 가혹한 산행을 하고 싶지 않았다. 이렇게 산에서 악전고투를 해야만 하는가. 그 두려움, 이젠 종지부를 찍을 때가 되었는지 모른다. 늙어가고 있다는 사실, 자신감도 없어지고,  노쇠한 알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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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안호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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