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롯데가 추락하고 있다. 한때 1위까지 올라갔던 팀순위가 5월 16일 현재 14승 14패 승율 5할에 공동 4위로 내려앉았다. 말이 4위이지 7위인 기아와는 1개임 차뿐이 안 난다. 한 게임으로 순위는 더 낮아질 수 있다. 4월에 벌어 논 승을 5월에 다 까먹은 것이다.


간단히 기록을 보자. 4월에 3할5리까지 올라갔던 팀타율이 현재는 공동 2위인 2할7푼7리이고, 3할 타자가 7명이나 있었는데 지금은 조성환이 홀로 외롭게 3할을 지키고 있다. 그리고 주목해야할 기록은 팀타율은 2위인데 팀타점은 6위라는 사실이다. 그만큼 득점권 타율이 낮다는 것을 증명한다.


더욱 심각한 것은 최근 10경기를 보면 극명하게 나타난다. 2승 7패 1무. 팀타율 2할1푼8리, 팀평균자책점 6.05, 평균 득점 2.7이다. 최하위다. 그러니까 4월의 1등이 5월에는 최하위라는 사실이다. 전형적인 롤러코스터이다. 그리고 전형적인 롯데스러움이다.


사실 전체적인 기록을 보면 평년작이라고 할 수 있지만, 그 평년작이 5월의 극심한 하락으로 만들어졌다는 것이다. 그리고 그 하락세가 어디에서 멈출지 기약이 없다는 점이다.


예를 들어 현재 1위인 SK의 기록을 보면 팀타율은 2할5푼3리에 6위이고, 팀타점은 118개로 무려 7위이고, 그 대신 팀방어율은 3.51로 1위이다.


그리고 현재 꼴찌인 한화는 놀랍게도 팀타율 1위, 팀타점 133점 3위이고, 팀방어율은 4.66으로 마지막 자리이다.


SK와 한화의 기록을 보면 야구는 투수게임이라는 사실을 극명하게 보여준다. 만약 한화의 팀방어율이 3점 후반 정도만 되었어도 지금쯤 1,2위를 다투고 있을 것이다.


하여튼 롯데의 전반적인 기록은 나쁘지 않으나 최근 10경기에서 극심한 하락세를 보이고 있기 때문에 문제의 심각성이 있다. 롯데의 롤러코스터는 왜 발생하는 것일까?


롯데는 전형적인 타력의 팀이기 때문에 타력이 안 받쳐주면 다른 방도를 찾기 힘들다. SK와 삼성처럼 투수력을 바탕으로 하는 팀은 타력의 하락세가 오더러도 기본적인 투수력이 있기 때문에 침체기는 길지 않다. 왜냐하면 투수들의 기복은 타격처럼 심하지 않기 때문이다. 하지만 롯데처럼 타력에 의존력이 큰 팀은 전반적인 타격 페이스가 떨어지면 팀 성적이 오르는 데 한계가 있을 수뿐이 없다. 위의 한화를 보면 분명하게 나타난다. 


하지만 현재 롯데의 투수력 가지고는 상승 동력을 얻기 힘들다. 타력이 뒷받침 되어야 하는데 문제는 그 점이 풀리지 않는다는 것이다. 이유는 무엇일까?


문제는 타력의 무기력증이다. 강팀들은 투수력도 강하지만, 무엇보다도 타력의 슬럼프가 선수 전반에 퍼지지 않고, 가령 3명이 슬럼프면 3명이 상승세고, 그리고 타격감이 좋은 선수가 슬럼프에 빠지면 다시 슬럼프였던 선수가 살아나는 현상이 한 시즌 동안 계속 순환되는 것이다.


하지만 롯데는 전반적으로 슬럼프가 왔다가 또 전반적으로 폭발을 한다. 타격 슬럼프가 바이러스처럼 팀에 번져 헤어 나오지 못하는 것이다. 무기력증이란 바이러스가 그것이다.


그래서 잘 나갈 때의 모습과 안 나갈 때의 모습은 하늘과 땅이다. 성적이 그것을 말해준다. SK가 강팀이고 야구를 잘한다는 게 기복이 심하지 않고 싸이클이 꾸준하다는 것이다.


롯데 타자들의 무기력은 역설적으로 투수력의 불안정에서 찾을 수 있다. 롯데 타자들의 무의식에는 타력 하나는 최강이지만, 투수력을 믿을 수 없고 따라서 승리를 위해서는 자신들이 해결해야 한다는 중압감에 사로잡혀 있는 듯하다. 예를 들어 1대0 스코어로 이기면 투수에 대한 믿음이 강해지고, 박빙의 승부에서 투수들이 지켜주는 경기를 많이 하면 타격에 대한 부담감은 줄게 된다. 그러므로서 전반적인 타격의 슬럼프는 길게 가지 않는다. 1점차 리드를 지켜주는 투수력을 신뢰하면 그만큼 타자들의 부담감은 줄어들게 마련이다.


하지만 롯데의 투수들, 특히 중간 계투 요원들은 지난 수년간 수많은 실패를 거듭해 왔다. 1점차는 물론이고 지난 5월 11일 한화와의 경기에서 보듯이 7점차의 리드를 6점차로 지지 않았던가. 7대 0에서 9대 16. 삼성이나 SK에선 있을 수 없는 사건이고, 다른 팀에서도 몇 년에 한번 나올까 말까한 진기한 경기이다.


이런 패배의식이 무기력증으로 나타나는 게 요즘 롯데 덕아웃 분위기이다. 이런 무기력증은 금방 고쳐지지는 않는다. 야구는 멘탈 경기라고 하지만 이런 무기력증은 일종의 질환이기 때문에 치료를 받아야 한다. 롯데가 강한 공격력을 가지고도 고수라고 불리우지 못하는 이유가 무기력증 환자이기 때문이다.


투수 한 두 명이 잘 한다고 해서 결코 치료되는 것은 아니다. 그리고 1~2년 사이에 투수 몇 명을 영입해서 치유되는 것도 아니다. 바꿔 말하자면 투수를 키우는데 등한시한 결과이다. 특히 구단 차원에서 핵심적으로 키웠다던 김수완, 이재곤, 최대성, 이명우 등으로는 중간계투를 맡길 수 없는 수준이고, 마무리인 김사율도 미안하지만 적격자가 아니다. 새로 들어온 이승호 정대현이 있지만 그들이 SK야구가 아닌 롯데 야구에 적응할 지는 아직 미지수다. 하여튼 현대 야구는 중간 계투진의 싸움이다.


따라서 지난 수년간 보여주었던 롯데의 모습을 현재 바꾸지는 못한다. 코리안시리즈는 물론이고 리그에서도 1위를 할 수 없는 구조이다. 근본적인 대책이 지금으로선 보이지 않는다는 것이다. 외람된 얘기지만 이런 분석은 객관적이다. 비관적인 평가를 내놓을 수뿐이 없다. 현실이 그러니까 말이다.


분명한 건 장기적으로 투수를 키우는 것이 백년대계를 위한 가장 근본적인 길이다. 이런 분석은 감독과 구단은 이미 다 알고 있을 것이다. 중요한 것은 실천이다. 삼성과 SK가 투수들을 어떻게 키워왔는지 잘 들여다보면 해답은 나온다.


이런 무기력증을 치료하여 가장 많은 팬을 보유한 구단으로서 진정한 고수가 되어주기를 바란다. 어떠한 비바람이 몰아치더라도 결코 부러지지 않는 강인한 생명력을 가진 팀이 되어주었으면 한다.

'야구' 카테고리의 다른 글

프로야구, 꼴찌의 역사  (0) 2012.10.04
야구가 재미있는 3가지  (0) 2012.05.08
Posted by 안호용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