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6년 11월 12일

명지산

홀로

논남기 09시 20분 - 귀목고개 11시 20분 - 명지2봉 14시 05분 - 명지계곡 합수점 15시 20분 - 익근리 버스정류장 16시 30분

가평역 8시 35분 버스로 들어가서 용수동 종점 발 4시 50분 버스로 나옴

 

 

몇년 전 폭우로 처참하게 망가진 계곡은 아직도 깊은 생치기를 가지고 있었다. 아마도 그것 또한 자연이 살아가는 과정이리라. 인간의 관점은 파괴지만 자연의 관점은 순리라고 해야 옳을지 모른다. 산을 그렇게 글러 먹었는지 모른다.

 

이제 이 계곡의 등로도 조만간 사라질지 모른다. 올때마다 길은 희미해지고 헤매게 된다. 월래 자연 그 모습으로 치유되고 있는 것은 아닐까. 길이 무너지고, 흙과 돌들이 흘러내리고, 나무들이 쓰러져 시간이 가면서 삵아 가고, 넝쿨들이 길을 덥고, 나무계단이 흙으로 변환하고, 그위에 낙엽이 쌓이고, 그렇게 몇 년이 더 지나면 길은 사라질 것이다. 그리고 나는 그 등로에서 길을 잃고 헤매다 고역을 치루고서야 귀목고개를 오를 것이다. 텅빈 산속에서 홀로 길을 찾아가는 길, 그 고독을 문득 느끼는 순간 어떤 알 수 없는 인생의 진한 페이소스를 감지하게 된다. 즐기기엔 너무 깊이 들어간 것인지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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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안호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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