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민국에서 도박은 불법이지만 합법인 곳이 있다. 곧이 몰래 숨어서 거액의 도박을 할 필요가 없다. 입장료 9천원만 내면 마음껏 도박의 희열을 만끽할 수 있다. 남녀불문, 빈부불문, 장애불문, 지위불문이다. 돈만 있으면 전려 문제될 것은 없다. 바로 강원랜드 카지노가 그곳이다. 대한민국에서 도박을 가장 자유롭게 즐길 수 있는 곳이다.

 

그들은 자신들이 벌여놓은 카지노를 도박판이라 하지 않고 사행성 게임 즉 합법사행산업이이라 부른다. 그리고 도박 중독자를 과몰입 고객’, ‘장기출입 고객이라 부르고, 인생을 도박으로 파탄시키고 카지노 부근에 맴도는 도박중독자들을 장기체류자라고 부른다. 그들이 아무리 고상한 이름을 갔다 붙이더라도 카지노는 도박이다. 재미삼아 구경 갔다가 하루에 수십 만 원을 기계에 쏟아 붇고, 많게는 수백 만 원(VIP판은 수천 만 원)을 잃는 사람들이 부지기수인데 그것을 담대하게 사행성 게임이라고 부를 수는 없다. 카지노는 냉혹한 게임의 논리로 짜여진 현실 속의 도박판인 것이다.

오전 10시가 되면 천국의 문이 열리듯, 손꼽아 기다리던 카지노로 들어가는 거대한 문이 올라간다. 단순 관광객이든 전문 겜블러든 우선 입장 티켓을 끊기 위해서 긴 줄을 서야 한다. 전국 각지에서 몰려든 자칭 겜블러들의 발걸음은 가볍다. 각자 파란만장한 무용담을 가지고 있는 그들은 20~30분 기다려 자동판매기에 신분증을 제시하고 9,000짜리 티켓을 받는다. 무언가 한껏 기대에 부푼 듯 그들의 눈에선 광채가 난다. 얼마 전까지만 해도 속칭 꽁지(사채업자)들이 카지노 입구에서 호객행위를 했지만 요즘은 보이지 않는다.

 

그렇게 시간을 팔아 티켓을 산 후 다시 한 번 카지노 출입구 검색대에서 긴 줄을 서야 한다. 티켓과 신분증을 보안직원에게 보여주고 삼엄한 검색대를 통과한다. 모자를 쓰고 있다면 뒤로 돌려써야하고, 어떠한 음식물도 반입이 안 되고, 당연히 쌕이나 핸드백 정도를 제외하고는 가방이나 배낭도 가지고 들어갈 수 없다. 공항 검색대 통과보다 더 엄한지도 모른다. 또한 술 냄새가 나면 음주측정을 하여 출입을 제한 받고, 물론 19세 미만도 출입할 수 없다.

 

그리고 공직자는 국민의 일원이기 때문에 당연히 입장은 할 수 있으나 신원사항이 기록되는 관계로 감히 출입을 하지 못한다. 몇 년 전 모 공기업 간부가 도박에 빠져 겁 없이 강원랜드 카지노를 출입했었는데, 감사원 감사를 받으면서 그 사실이 발각되어 가족에게까지 알려지게 되었고, 우여곡적 끝에 결국 본인이 목숨의 끊는 끔찍한 일이 벌어졌었다.

 

그렇게 간단치 않은 절차를 거쳐 드디어 학수고대하던 카지노 세계에 당신은 빠져들어 간다. 아마도 그들은 천국으로 들어가는, 그러니까 세속에서는 느끼지 못했던 안온한 기운에 흠뻑 젖어든다. 내일 새벽 어떤 모양새로 여기를 나갈 것인지는 그리 중요하지 않다. 오직 이 천국에서만이 자신의 존재를 확인할 뿐이다. 가진 돈을 오늘 탕진하더라도 내일이 또 있기 때문이다. 그 시간만은 안락과 평화가 그들을 지배할지도 모른다. 바로 금단증상이 말끔히 해소되는 것이다.

 

검색대를 거쳐 내부로 들어서면 휘황찬란한 불빛과 수많은 전자음들이 쏟아낸 공명소리가 당신을 압도한다. 1360개의 온갖 슬롯머신, 비디오게임 머신(이하 슬롯머신)과 블랙잭, 바카라, 롯렛 등 180개의 게임 테이블이 당신에게 긴 혀를 내밀며 유혹한다. 그 게임기마다 사람들이 둘러싸고 앉아 때론 한탄소리와 때론 환호소리를 토해낸다. 높은 천정에선 마치 음향시설이 형편없는 헤비메탈 공연장의 굉음처럼 끊임없이 웅웅거린다. 몇 년 전, 기존 규모의 배 이상 되는 면적을 확장한 것을 보면 매출도 그만큼 증가했다는 방증일 것이다.

 

1층에는 그런 게임기들 외에도 본점에서 직접 관리할 정도로 영업 실적이 강원도에서 가장 우수한다는 모 은행의 지점도 있고, 민트바라는 유료 음료수 바도 있고, 끽연자들을 위한 흡연실도 곳곳에 있으며, 화장실은 오성급 호텔 수준이다. 그리고 고맙게도 무료 음료수 코너가 있어서 질 나쁜 커피와 콜라와 주스 등을 무제한으로 마실 수 있다. 아쉬운 것은 앉아 쉴만한 휴게 시설이 없다는 것인 데, 쉬지 말고 게임에 충실하라는 카지노 측의 배려가 아닌가 싶다.

 

2층에 올라가면 식당이 있다. 카지노 전용 식당이다. 식사 시간 이외에는 1층에서 올라갈 수 없다. 가장 싼 게 김치찌개로서 가격이 2만원이고, 된장찌개는 23천원이며 가장 비싼 카레라이스는 3만원이다. 제정신으론 그 김치찌개를 먹지 못하지만 여기 들어온 사람들은 돈에 대한 개념이 밖과는 다르기 때문에 그리 비싸게 보이지 않는다. 가격이란 상대성이 가치를 좌우하지 않는가. 극소수의 관광차 출입한 사람들 외에는 현금을 주고 먹는 사람은 거의 없다. 카지노에 좀 왔다고 자부한 사람들은 포인트 카드, 즉 콤프라는 포인트로 식대를 지불하기 때문이다.

 

여기서 잠깐 콤프에 대해서 설명을 하고 가겠다. 콤프는 우리가 흔히 알고 있는 카드 포인트나 열차, 항공기의 마일리지 쯤으로 이해하면 된다. 도박을 해서 잃은 금액과 횟수 등을 종합하여 5~15%의 콤프를 카드에 적립시켜준다. 바로 개평의 개념과 별반 다르지 않다. 겜블러들은 그 누적된 콤프로 3만원짜리 카레라이스로 먹는다.

 

그리고 귀족 겜블러들은 강원랜드 호텔에서 숙식을 할 때 그 콤프를 사용하고, 포인트가 많지 않은 서민 생계형 겜블러들은 사북이나 고한에 나가 가맹점으로 등록된 업소에서 사용한다. 강원랜드 안에서는 콤프의 금액 제한이 없는 반면 지역 가맹점에서는 일일 일인당 8만원, 업소 당 300만원 이상은 거래할 수 없다. 그러니까 강원랜드 안에서는 무제한으로 콤프를 사용할 수 있고 밖에서는 제한을 두고 있는 것이다. 한해 1000억원 정도 되는 콤프 포인트는 강원랜드에서 80%이상이 소비되고 나머지는 사북 고한 영월 태백 등에서 사라진다고 한다. 지역 경제를 도모하기 위한 방편으로 콤프를 만들었는데 실효성은 미미한 실정이다.

 

콤프의 흐름이 여기서 끝나면 그나마 다행이지만 세상은 그렇게 호락하지 않다. 돈의 야만성은 끝이 없다. 가진 돈을 탕진하여 생성된 개평이 최소한 먹고 자는 데 사용되기를 바란다면 당신은 정말 나이브하지 않을 수 없다. 개평은 꽁지들에 의해 50%도 안 되는 금액에 팔려 나간다. 바로 개평을 깡하여 도박자금을 마련하는 것이다. 콤프깡은 꽁지들만 하는 것이 아니라 암묵적으로 가맹점에서도 횡횡하고 있다고 한다. 사실 100만원 상당의 콤프를 40만원에 사면 60만원이 남는다. 원가 제로에 말이다. 이보다 마진이 좋은 장사는 없다. 문제는 이런 콤프 환전 행위를 통제할 법적인 장치가 없다는 점이다. 개평은 화폐로서 취급도 받지 못하는 것인지도 모른다.

 

겜블러는 눈물 젖은 콤프를 깡하여 손에 쥔 현금으로 다시 그들만의 천국을 향해 달려가서 달콤한 밤을 지샌다. 어느 투전판이든 개평으로 다시 투전을 해서 돈을 따는 경우는 없다. 그리고 그 잃은 돈에도 다시 포인트가 생성된다. 이런 악순환은 계속된다. 도박의 막장 드라마는 콤프가 존재하는 한 멈추지 않는다. 중요한 것은 콤프는 결국 그렇게 돌고 돌아 다시 강원랜드로 돌아간다는 것이다. 악화가 양화를 구축하는 것은 아닐까.

 

다시 2층으로 돌아가면, 식당 옆에는 써미트클럽&라운지라고 불리우는 VIP 카지노장이 있다. 슬롯머신은 없고 카드게임을 중심으로 45개의 테이블 게임장이 있다. 그곳에서 아래층에는 없는 100만원짜리 칩이 게임머니로 사용되고 있다. 그만큼 고단위의 판돈이 오고간다는 뜻이다. 아래층에서 가장 큰 칩이 10만원이니까 그곳은 테이블당 10배 정도 크다고 보면 틀리지 않다. 또한 아래층은 한번 배팅 금액이 30만원인데 비해 위층은 1000만원까지 할 수 있다. 1000만원이라야 고작 100만원짜리 칩 열 개를 쌓은 것뿐이 안 된다. 그리고 시설과 분위기 또한 시장통 같은 아래층 보다 한층 세련되고 우아하며 물론 오는 사람 또한 그러하다. 윗층이 메이저리그하면 아래층은 마이너리그이다.

 

VIP카지노는 갖가지 전설이 회자된다. 유명 연예인과 벤처기업가와 부동산 재벌과 그리고 돈 좀 있다는 부류들의 도박에 얼킨 일화가 은밀하게 떠도는 것이다. 대처에서 들리던 유명 연예인의 탕진 과정이 그곳에서 확인할 수 있었다. 아마도 100억 단위는 넘어야 명함을 내밀 수 있는지 모른다. 유력한 벤처기업 창업자가 몇 년 동안 수백억을 날렸다는 전설적인 무용담은 그 세계에서 당연시하게 회자된다. 도박에도 레벨이 있는 법이다.

 

아래층과 위층이 다른 점은 돈의 외형적 크기의 차이도 있지만 무엇보다 돈의 상대적 가치의 차이가 둘 사이를 더욱 벌어지게 한다. 아래층에서의 돈의 가치와 위층에서의 가치는 다르다. 아래층 겜블러에서의 돈은 목숨과도 같은 값어치가 있지만 위층에서의 돈은 최소한 신변의 위험을 걱정하지 않아도 된다. 아래층 겜블러에겐 돈을 보충할 여지가 없지만 위층의 겜블러는 돈을 잃어도 돈을 벌수 있는 여지가 많은 것이다. 깨진 독에 물 붓기지만 위층 사람들은 부을 물을 계속 만들 수 있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부동산 임대업자는 당장은 가진 돈을 잃지만 다시 돈을 만들 능력이 충분히 된다는 것이다.

 

원형으로 된 발코니식 2층 난간대에서 내려다보이는 세상은 마치 외국영화에서나 봄직한 이국적인 풍경이 시선을 압도한다. 우리가 접하지 못했던 또 다른 욕망의 화려한 세계가 펼쳐지고 있는 것이다. 그리고 그 천정에서는 호사스런 조명 사이로 촘촘히 박힌 CCTV 카메라가 부지런히 작동을 하고 있다. 고객의 불순한 행위를 탐지하기 위해 세밀하게 감시하려는 의도는 알겠지만 그래도 그 개수는 의아할 정도로 많다. 아마도 이 세계에 들어온 사람들은 어느 누구도 그 카메라에서 자유로울 수 없을 것이다. 이 글을 쓰고 있는 나 또한 그 시선에서 벗어날 수 없다. 감시는 당연한 것인지 모른다. 문득 조지 오웰의 1984년의 주인공 윈스턴 스미스가 떠오르는 것을 왜일까.

 

이곳이 세속과 다름 점은 남녀노소를 막론하고 정장한 사람을 볼 수 없다는 것이다. 그렇다고 화려한 외출복을 입고 있는 것도 아니다. 동네 시장통에서 봄직한 허름한 옷차림부터 약간 어두운 색의 브랜드 급 캐주얼을 걸친 사람들이 다수를 차지한다. 정도의 차이는 있지만 그들은 자신의 사회경제적 신분을 낮추려는 의도로 싼티나는 옷을 입고 오는 것인지도 모른다. 사실 이곳에선 자신을 과시한다는 것은 불필요한 행위이다. 결코 좀 있는 티를 낸다고 도움이 될 것은 하나도 없다. 고가의 명품을 입었다고 누가 눈여겨보는 것도 아니고 오히려 하이에나들의 먹잇감이 될 수도 있기 때문이다. 그냥 묵묵히 자신의 주어진 임무에만 충실하면 된다. 도박판에서의 가치는 오직 돈이다.

 

복마전 같은 이곳엔 하루에 만 명에 가까운 각양각색의 사람들이 북적댄다. 그 많은 사람들마다 각자 여기를 찾을 수밖에 없는 사연이 있겠지만, 크게 나누어 보면 대도시에서 건물 몇 채를 가지고 임대사업을 하는 등 발로 뛰지 않고도 사업을 하는 재력가, 의사나 변호사나 변리사 등의 전문직종 소유자, 중소업체를 운영하는 사업가와 시장통에서 건어물가게를 운영하는 등의 소상공인, 단순 일용근로자 등 삶 자체가 어수선한 사람들, 단순 관광객 수준의 아마추어급 겜블러와 도박에 목숨을 건 무대뽀 겜블러와 확률 정도는 계산할 줄 알면서 요령껏 치고 빠지는 겜블러와 최종 목적지가 마카오로서 결코 쉽게 잃지 않는 프로급 켐블러와 그리고 사북과 고읍에 근거지를 두고 눈물 젖은 콤프를 먹고 사는 앵벌이들, 그렇게 수많은 군상들이 엑스타시와 같은 욕망을 쫒아 이 천국에 발을 들려 놓는다.

 

대한민국엔 국가가 인정하는 7개의 도박 종목이 있다. 일명 합법사행산업 7대 분야라고 한다. 그 중에 하나가 악명 높기로 유명한 강원랜드 국내전용 카지노다. 내국인 카지노, 경마, 경륜, 경정, 복권, 체육진흥투표권, 소싸움 등 7개의 종목들은 매년 GDP와 경제성장율과 해당 종목 매출액 등을 종합 계산하여 산출된 매출총량액을 엄수해야 한다. GDP가 상승하면 매출총량액도 비례하여 올라간다. 과도한 도박을 막겠다는 국가의 의지이다.

 

그런데 이 법을 어긴 유일한 종목이 강원랜드 카지노다. 다른 6개 종목은 매출총량액을 잘 지켰지만 카지노는 2013년부터 20164년동안 4,725억원을 초과시킨 것으로 나타났다. 도박계의 무법자나 다름없었다. 이에 새 정부는 사행산업통합감독위원회법을 개정하여 총량제 위반시 6개월 영업정지와 영업이익의 50%를 과징금으로 부과하는 규칙안을 통과시켰다.

 

그동안 사기업처럼 탐욕스럽게 영업확장에 열을 올리던 강원랜드는 정부의 계속된 사행사업 축소 방침에 따라 브레이크를 밟고, 그 방안으로 냉각기 제도라는 출입일수 규제안을 시행하기에 이르렀다. 20161인이 연간 180일까지 출입할 수 있는 제한 일수를 2018년부터 142일로 축소하였다. 세부적으로 들여다보면, 1개월 15, 2개월 30, 분기별 총 30일을 초과할 수 없고, 그렇게 년간 총 142일을 넘을 수 없다는 것이다. 이를 지키지 않는 겜블러에겐 최대 3개월까지 출입을 통제할 수 있다. 더 부연 설명하면 통제기간 3개월이 지나면 다시 출입할 수 있는 자격이 생긴다는 것이다.

 

재미삼아 일 년에 몇 번 카지노에 방문한다는 어느 마이너 겜블러가 이렇게 말했다.

 

일수를 줄일 게 아니라 배팅 액수를 확 낮추어야 실효성이 있는 거 아니예요. 스포츠토토처럼 적어도 50%까지 줄여야... 현재 여기는 배팅이 너무 쎄요. 슬롯머신 예로 들면 배당금이 너무 쎄죠, 배당금이 쎄다는 것은 그만큼 확률이 적다는 거잖아요. 확률이 작다는 것은 그만큼 돈을 많이 잃는다는 거죠. 배팅 액수 줄이지 않고 출입일수만 줄이겠다는 것은 눈 가리고 아옹하는 거예요.”

 

2016년 강원랜드 자료에 의하면 1년 동안 50회 이상 카지노에 출입한 사람은 11,661명이며 100회 이상은 2,106명이라고 한다. 13천여 명이 그들이 말하는 소위 문제성 고객군이 속하는 것이다. 2018년부터는 출입자 억제 시행으로 그 수가 줄어들 것이라고 하는데 사실 문제의 50회 기록자들이 그 냉각기 제도에 얼마나 영향을 받느냐가 관건이다. 대다수 선수들의 관전평에 의하면 장기적으로 볼 때 50회에서 100회 사이의 출입자 수는 더 늘어날 것이라고 예상한다. 사실 1년 동안 140회 이상 카지노에 가는 사람은 극소수이기 때문이다.

 

하여튼, 대게 보면 선수들은 전천후로 모든 종목을 뛰는 것은 아니다. 자신의 주종목이 있다는 것이다. 슬롯머신을 하는 선수들은 슬롯머신만 하며, 그 머신게임 중에서도 배팅 등급에 따른 갖가지 기계를 골라 게임을 하고 다른 테이블 게임은 잘 하지 않는다. 또한 테이블 게임을 하는 선수들도, 롤렛 종류의 게임을 하는 선수는 그 게임만 하고, 블랙잭이나 바카라 등을 하는 선수들도 여간해선 자신의 경기장을 떠나지 않는다. 머리가 아플 때는 빅휠과 카지노워 등 간단한 게임을 하기도 한다. 지금은 위층으로 가서 없어졌지만, 포커게임도 아래층에 있을 때는 하는 사람만 했었다. 하여튼, 각각의 게임마다 독특한 쾌감을 즐길 수 있고, 돈의 많고 적음에 따라 배당이 큰 게임을 골라 하기도 한다. 중요한 것은 대다수의 겜블러들은 확률상 이 세계에서 절대로 돈을 딸 수가 없다는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중독되는 것은 왜일까. 도박 중독은 인간의 정신세계가 얼마나 나약하고 허술한지를 방증하는 결과가 아닐까. 도박은 그래서 주체할 수 없는 자괴감과 열패감으로 인해 영혼을 황폐하게 만드는지 모른다.

 

빅휠 게임 테이블 사이드에 이미 꽤 오랜 전부터 어느 중년 여성이 앉아 있다. 꽁지머리를 한 여인은 작은 체구를 켐블러들에 숨기고 있어 잘 보이지 않는다. 그 동그란 얼굴은 핏기 없이 거칠고 눈은 다른 곳으로 감히 돌리지 못한다. 이곳에 있는 모든 사람이 그렇듯 그녀의 시선은 딜러와 휠과 배당 숫자가 적힌 테이블을 떠나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그녀는 한쪽 팔로 얼굴을 괴고 비스듬히 게임판을 응시하면서 천 원짜리 칩을 만지작거리고 있다. 아마도 이번 판은 쉬어가는 것 같다. 그런데 남들은 십만 원짜리 칩은 아니더라도 만 원짜리 칩 몇 개는 가지고 있는 데, 그녀 앞에 놓인 칩은 모두 천 원짜리이며 그것도 열 개 남짓이다. 그러니까 만원도 안 되는 것이다. 추측인지 모르지만 그녀는 눈물 젖은 콤프를 깡하여 여기에 온 것인지도 모른다. 그녀는 그 돈을 가지고 이미 오전 열 시에 들어와 현재 저녁까지 버티고 있는 것은 아닐까. 결코 쉽게 그 돈을 다 날려버릴 수 없다. 아마도 내일 새벽 폐장 때까지 그녀는 그렇게 버텨낼 게 분명하다. 오늘은 재수가 없어 빈손으로 돌아갈지 모르지만 내일은 병정(대리 도박) 자리를 얻어 떳떳하게 올지도 모르고, 그 대가로 수수료 몇 푼을 받으면 다시 도박자금으로 사용할 것이다. 아니면 영월에서 일주일 동안 노래방 도우미 해서 번 돈을 쥐고 다시 그 자리에 모습을 나타낼지도 모른다. 틀림없이. 어짜피 한 달에 15일 이상은 출입할 수 없으니 나머지 반은 알바를 하여 자금을 마련하면 되니까 불만을 가질 필요는 없다. 벌써 10시간 이상 게임에 몰입해 있는 그녀의 몸에서 땀 냄새가 진동하고 얼굴에서는 땟국물이 흐르고 있었다.

 

카지노 테이블 곳곳에서 이런 중년 여성을 쉽게 찾아볼 수 있다. 바로 앵벌이라 불리는 사람들이다. 물론 여성이라서 쉽게 시선에 띠일 뿐이지 조금만 집중을 하면 남성도 상당수다. 강원랜드 주변을 떠나지 못하고 카지노 보헤미안이 되어 도박인생을 영위하는 앵벌이들이 사북과 고한 인구의 상당수를 차지하고 있다. 기구한 운명과 부대끼는 그들에겐 도박은 올가미이며 탈출구 없는 절망인지 모른다. 어느 날, 얼마 전 K모텔에서 자살한 최 씨처럼 자신도 그렇게 될지도 모른다는 불안감이 그들의 미래를 대신하고 있다. 탕아는 최소한 돌아갈 집이 있지만 그들의 집은 요원할지도 모른다. 가정 파괴의 주범이기 때문이다. 아마도 앵벌이란 종은 다른 나라 어디에도 존재하지 않을 것이다. 대한민국 강원도 정선에만 서식하는 세계적으로 독특하고 희귀한 종임에 분명하다. 그리고 놀랍게도 그 종을 국가가 보존하고 있다는 것이다.

 

자정이 가까이 올수록 카지노는 더욱 뜨거운 열기로 가득 찬다. 헤비메탈 소리는 점점커지고, 값비싼 조명도 강열하게 빛을 발산하며 그 사이로 겜블러들이 좀비처럼 피냄새를 맡으며 먹이를 찾고 있다. 한 발자국만 가까이 다가가서 들여다보면 터질 것 같은 욕망들이 서로 충돌하여 핵반응처럼 고출력 에너지를 증폭시키고 있는 현장을 목도하게 된다. 자정이 지나면서 금방이라도 폭발할 것처럼 카지노는 절정에 도달한다. 그렇게 그들은 오늘도 얼마 남지 않은 피니시라인을 향해 미친 듯이 광란의 질주를 하고 있다.

 

그리고 새벽 2시가 지나면서 열기는 서서히 식어가고 3시 정도만 되면 한가해진다. 4월 이전 폐장 시간이 6시일 때는 4시가 지나면서부터 한산해기 시작했었다. 테이블 게임장을 뜬 한 중년 여성의 지친 몸뚱이가 빈 슬롯머신 의자에 대충 던져놓은 외투처럼 비스듬히 걸려있다. 마감하여 적막이 감도는 블랙짹 테이블에도 쭈글쭈글한 여성이 의자에 구겨진 채 횡한 시선을 어디론가 주고 있다. 칩도 다 소진한 듯 허망하게 널브러져 있는 사람들이 여기저기 보이기 시작한다.

 

긴 하루가 지나가고 있다. 이제 폭풍처럼 질주하던 욕망이라는 열차가 잠시 멈출 준비를 하면서 속도를 늦춘다. 불완전 연소된 욕망의 찌꺼기들이 카지노 바닥을 을씨년스럽게 뒹굴고 있다. 여섯 시간 지나면 또다시 좀비들이 개미때처럼 몰려들고 다시 광란의 도가니가 만들어질 것이다. 그렇게 새벽이 오고 있었다.

 

카지노를 나와 지하 주차장 쪽으로 가다보면 티켓 발급소 옆에 KLACC라는 강원랜드 중독관리센터가 보인다. 무료로 배포하는 도박 예방 교육용 팜프렛과 만화책이 꽂혀있는 가판대가 중앙 기둥에 기대어 서있다. 그리고 사무실 앞에는 분기 30+ 예방교육이라고 적힌 현수막과 도박중독 바로알기” “여자들의 행복한 모임이라고 적힌 알림판이 나란히 서서 새벽녘 카지노에서 나오는 사람들을 무심히 바라보고 있다.

 

그때 누가 지나가면서 이렇게 말하는 게 귓가를 스쳤다.

 

병주고 약주는 거지 저게! 넌센스야 넌센스! ”

 

그 말이 현재의 KLACC를 대변하는 가장 적절한 관용구인지 모른다. 사실 그 조직에 대한 비판과 우려의 목소리는 크다. 문제는 KLACC가 강원랜드 소속이라는 태생적 한계로부터 시작된다. KLACC의 설립 취지는 도박을 근절하겠다는 것이 아니고 도박 중독자를 예방 및 치료하여 건전한 게임 문화를 창출하는 것이다. 홈페이지에 들어가서 설립 목적을 보면 아래와 같다.

 

1. 도박 중독 예방과 치료를 위한 제반 활동

2. 전문 치료기관과의 연계 네트워크 구축

3. 지역 주민 및 청소년 교육을 통한 건전한 사회 분위기 조성

4. 적극적 홍보를 통한 건전 게임 문화 정착

 

주류회사들이 알콜중독자 치료를 위해 매년 매출의 일부를 사회에 환원하는 것과는 차원이 다르다. 좀 과하게 말하면 오히려 마약상들이 마약 중독자 치료센터를 설립하는 것과 비견될 수 있다. 유시민과 전원책이 어느 방송에서 말한 것처럼 카지노는 영원히 사회로부터 격리시키는 게 정답인지 모른다.

 

새벽 4, 카지노에서 쏟아져 나온 인파로 인해 택시 승강장은 갑자기 시장통이 된다. 수십 대의 택시들이 그들은 실어 나르기 위해 진작부터 줄을 서고 있었다. 하지만 이미 정해진 각본에 따라 움직이듯 사람들은 삼삼오오 짝을 지어 택시에 몸을 실고 어둠속으로 사라진다. 사실 택시의 행선지는 고한과 사북을 벗어나지 않는다. 주변 콘도나 호텔로 가는 사람들도 있지만 그런 택시는 많지 않다.

 

차가운 새벽 공기를 마시며 긴 지하 주차장을 가로질러 갈 때 인도 출입구 있는 정면에서 중년의 남녀 몇 명이 모여 있는 게 시야에 들어왔다. 그 중에 한 여성은 쭈그리고 않자 담배를 피우고 있었다. 그들을 지나칠 때 그 중에 한 중년 여성이 나에게 다가와 콤프 파세요라고 은밀하게 속삭였다. 나는 그의 얼굴을 똑바로 보지 못하고 픽 웃으며 지나쳐 자가용이 있는 곳으로 걸음을 재촉했다. 그리고 차를 몰고 그들 앞을 다시 지나갈 때 조금 전에 내게 다가왔던 여인이 금방 나온 모자 쓴 남자와 얘기를 나누는 모습이 보였다.

 

사북과 고한 중간에 신고한 시외버스터미널이 있다. 새벽이면 강원랜드에서 나온 사람들로 터미널은 북적거린다. 패잔병처럼 초췌한 모습으로 터미널 간이의자 앉아 아침 텔레비전을 주시하는 사람들, 그 사이로 사설 도박장으로 유혹하려는 속칭 하이에나들이 먹이를 찾아 두 눈을 부릅뜨고 어슬렁거린다. 카지노라는 사바나는 마지막까지 도박의 음침한 유혹자들로 인해 긴장감을 늦추지 못한다. 아직도 집에 가는 길은 멀고 험하다.

 

신고한에서 동서울로 출발하는 시외버스는 04시부터 07시까지 7대가 배차되어 있고, 수원 안산 인천 고양 부천 성남 의정부 대구 부산 원주 등으로 떠나는 버스도 06시간 대에 있다. 대한민국에서 이른 아침에 이처럼 성황을 누리는 시외버스터미널은 찾아 볼 수 없을 것이다. 그것도 첩첩산중 강원도 산간에 말이다. 이 또한 강원랜드 카지노가 만들어낸 그들만의 독특한 풍광인지 모른다. 국가가 도박자들을 위해 그렇게 물신양면으로 도움을 주고 있다는 현실은 정말 씁쓸함 페이소스를 느끼게 한다.

 

사북과 고한이 속해 있는 정선은 강원도에서 인근 도시인 영월과 함께 10년 이상 자살율 1,2위를 다투고 있다. 10만 명당 57.6(2007 ~ 2014년 평균)인데 그 통계는 경찰에 신원이 확인된 수치이며 신원미상의 변사체까지 합치면 10만 명 당 100명은 족히 넘을 것으로 추정할 수 있다. 인근 도시인 태백보다 10배 가까이 되는 수치라고 한다. 그 수치를 사북과 고한 즉, 카지노와 연관된 확인 건수로 따지면 연간 평균 10명 안팎이 된다. 이 또한 물론 신원이 확인되어 언론을 통해 공개된 수치이다. 자살 공화국이라 불리어도 딱히 변명할 여지는 없다.

 

카지노에서 가산을 탕진하고 자신의 인생을 내동댕이친 그들은 카지노의 호사스런 화장실과 강원랜드 호텔 객실 침대에서, 사북 어느 허름한 모텔 후미진 방에서, 혹은 농약과 소주병이 널브러진 한적한 개천가에서, 그렇게 그들은 쓸쓸하게 생을 마감한다. 살아서 스스로 떠나지 못한 그들은 하나뿐인 죽음과 흥정을 하고서야 이 천국으로부터 벗어나 자유를 찾는다. 놀랍게도 그 천국을 관장하는 중심에 국가가 있다는 사실이다.

 

다음 날 정오 무렵, 강원랜드를 떠나면서 나는 언제 올지 모를 사북 읍내를 차창 밖으로 내다보고 있었다. 한적한 읍내 뒤편 산기슭에서 하얀 연기가 희미하게 피어오르는 게 보였다. 정선군 하늘터 화장터가 있는 곳이었다. 사실 연기가 보인다고 확신할 수는 없었다. 연기가 아닐 수도 있었다. 문득, 어제 저녁 고한 읍내 어느 식당에서 청국장찌게를 먹을 때 옆 자리에서 들려왔던 말이 떠올랐다.

 

이틀째 황씨 아저씨가 안 보이네요... 저기 사북 화장터에 간 건 아닐지 모르겠어요. 여기 동네 사람들은 관심이 없으니까 머... ”

 

Posted by 안호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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