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6년 1월 30일
백운봉 - 용문산
홀로
용문산휴양림(10시 00분) - 백운봉(11시 50분) - 장군봉(13시 55분) - 용문산(14시 40분) - 용문사(16시 30분) - 버스정류장(16시 55분)
전철 - 택시 - 버스 - 전철
3년만에 가는 백운봉 용문산 종주. 그때나 지금이나 힘들긴 매한가지다. 아마도 더 힘들어질지도 모른다. 물론 당연한 현상이리라. 마음은 육체를 못 따라가고 그에 따른 열패감에 괴로워할지도 모른다. 그렇게 세월은 간다.
비브람 포라를 믿고 마당바위 계곡으로 하산을 했는데 역시나 그 놈은 아무도 안 내려가는 그 빙판길을 아이젠 없이도 잘 견디어 냈다.
그리고 마당바위를 20여분 지나 바위에 걸터 앉아 쉬고 있을 때 오른쪽 급경사면에서 발자국소리가 났고, 길도 아닌 경사면을 어떤 놈이 내려오나 하고 의아한 시선으로 그 쪽으로 고개를 돌렸으며, 그 때 전혀 생각지고 않은 10마리의 멧돼지 가족이 시야에 들어왔다. 불과 30여미터 거리였다. 주위엔 아무도 없었다. 나는 무의식적으로 몸을 바위에 슬며서 숨기며 배낭에 붙어 있는 스틱을 찾았다. 그 많던 사람들은 어디 간 건가. 그 놈들이 길을 따라 올라올지도 몰랐다. 맷돼지들이 능선길을 무참히 짓밟고 지나간 흔적들을 여러 산에서 자주 보았기 때문이다. 이렇게 숨을 죽이고 여러 생각들이 머리를 스치고 있었는데 다행히도 그놈들은 계곡길을 가로질러 반대편 경사면을 타고 올라갔다. 그 놈들이 시야에서 사라지고 소리도 들리지 않은 후에도 난 몇 분 동안 움직이지 않았다. 돼지는 후각이 아주 발달되었다고 알고 있는데 내 땀냄새에는 반응을 하지 않는 건 무언가. 나 정도는 무시하는 건가. 아우!
백운봉의 위용
올라온 능선의 한눈에 보인다
백운봉 정상
용문산도 보이고
백운봉의 전형적인 탁트인 조망
언제던가, 몇년전 유난히 눈이 많이 내렸던 겨울, 장군봉에서 역으로 거의 러쎌을 하면서 여기까지 당도한 나는 형제우물 방향으로 갔다. 백운봉을 넘어가기엔 내 체력이 역부족이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 우회길이 더욱 험난하리라곤 예상하지 못했다. 눈은 무릅까지 빠졌고 그나마 희미한 박자국이 길을 표시하고 있었다. 옆은 급경사였다. 늦은 오후의 해는 백운봉에 가려 있었다. 그 음침한 그늘이 발을 더욱 무겁게 했다. 눈과의 사투였다. 눈을 밟고 가는 것이 아니라 헤치면서 가는 것이었다.
마당바위 / 여기서 한 시간은 더 내려가야 한다
상원사 분기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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