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5년 2월 18일

명지산

아들과 함께

익근리 - 사향봉 - 화채바위 - 익근리

대중교통

가평역 8시 35분 버스로 들어가서 - 익근리 17시 버스로 나옴

 

사실 설날 연휴고 해서 좀 아늑한 산행을 원했다. 하지만 타고난 팔자가 그런지 오랜만에 징한 산행을 즐겼다. 그것도 아들과 함께.

이틀전 대처엔 비가 종일 왔었는데 명지산엔 그 비가 눈이었다. 충분히 짐작을 하고 마음의 준비도 했지만 현장에서 접한 사향봉 코스는 최악이었다. 사진 찍을 마음의 여유도 없었으니까.

결과부터 말하자면 익근리에서 화채바위 분기점까지 가는데 5시간 가까이 걸렸다. 작년 겨울에 갔을 땐 명지산 정상까지 3시간 30분 걸렸는데, 정말 말이 안되는 사태가 벌어진 거다.

처음 두 시간은 평화로웠지만 그 후 세 시간은 한마디로 사투였다. 눈 온 뒤로 당연히 한 사람도 오지 않은 능선엔 서슬 퍼런 눈이 나의 발을 사정없이 붙잡았다. 오르면 오를수록 눈은 무릅을 향해 차오르고, 그 능선 특유의 굴곡 심한 잔암릉은 걸음을 더욱 더디게 했고, 시야 또한 내편이 아니었다. 그리고 나는 지쳐갔다. 그러다 길을 잃었다. 겨우겨우 본능적으로 길을 만들어 가다 어느 순간 이 길이 아니라는 직감이 뇌리를 스쳤다. 앞 능선도 시야에 없다. 스마트폰 지피에스를 봤다. 분명 방향을 잃었다. 근데 제 코스로 난 길이 보이지 않는다. 그때, 오늘 이 산을 못내려갈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문득 머리를 때린다. 그리고 찾아온 맨붕현상. 다리에 짜릿한 전류가 흐른다. 혼미해진 정신을 가다듬기 위해 난 베낭을 벗고 애꿎은 스마트폰 밧데리를 교환하라고 아들놈에게 부탁한다. 무언가 안정을 찾기 위한 몸부림인지 모른다. 그리고 하느님께 기도했다. 아무도 없는 이 산속에서 고립을 당한다는 상상, 정말 끔찍하지 않는가.

잠시 후 다리가 움직인다. 본능적으로. 가자 가자꾸나. 꾸역꾸역 가다보면 분명 분기점이 나오리라 믿었다. 그리고 오늘 저녁은 세식구가 집에서 밥을 거다. 의심할 여지가 없다. 정상? 그건 중요하지 않다.

그 후, 지도상 화채바위 분기점까지 마지막 500미터를 가는데 한 시간이 걸렸다. 악전고투.

 

 

 

 오! 주여!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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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안호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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