몇 년 전 가을 금이빨을 해 넣느라고 치과에 다닌 적이 있었다. 두 달 정도 매주 화요일에 치과에 가서 금니를 해 넣기 위한 치료를 받았는데 어느 날 병원에서 선물이라면서 치약을 주었다. 병원 직원의 말에 의하면 치석 제거용 치약이라고 했다. 나는 병원에서 준 것이니 신뢰에 대해 전혀 의심하지 않고 그 치약을 정성껏 사용하였다. 나중에 안 사실이지만 그 치약 안에는 미세플라스틱 즉 마이크로비즈가 함유되었다. 양치질할 때 입안에서 움직이는 플라스틱 알갱이를 느끼면서 치석 제거에 한몫해주기를 내심 바랬었다. 그때까지만 해도 미세플라스틱이 내 입을 나와 하수구를 거쳐 기나긴 여정 끝에 바다에 이른다는 사실을 인식하지 못하고 있었다.

하와이와 미국 대륙 사이 드넓은 태평양에 우리나라 면적의 10배가 넘는 섬이 있다. 물론 지도상에는 없는 섬이며 동물과 식물이 살지 않는다. 바로 플라스틱 아일랜드라고 불리는 쓰레기 섬이다. 20년 전에 발견된 그 섬은 인간이 버린 쓰레기로만 이루어져 있으며 그중의 90%가 플라스틱이다. 남북아메리카와 중국을 비롯한 아시아 쪽에서 버려진 쓰레기들이 거대한 바다의 환류를 타고 돌다 결국 한 곳으로 모여서 이루어진 천연의 섬이다. 지구 폐플라스틱의 종착지이며 무덤이다. 지구상에 플라스틱이 등장한 것이 1950년대이니 그 섬의 나이는 60살 이상은 될 수 없다. 분명한 것은 그 섬의 면적은 계속 커지고 있다는 것이다.

자연의 힘은 정말 대단하지 않는가. 캐나다 미국 멕시코와 중남미 그리고 일본, 한국, 중국과 동남아시아 국가에서 버려진 수많은 플라스틱이 해류를 타고 돌고 돌아 결국 한군데에 모인다는 그 자연의 힘을 말이다. 그곳은 각 나라 쓰레기들의 향연장이리라. 미 본토에서 버려진 코카콜라 병과 반대편에 있는 한국에서 버린 사이다 병이 그곳 플라스틱 아일랜드에서 만난다. 인간이 마구 버린 플라스틱을 대자연이 묵묵히 처리하고 있는 것이다. 그 자연의 능력을 어떻게 해석해야 할까? 침묵 속에 움직이는 대자연의 힘에서 섬뜩함이 엄습해 온다.

플라스틱이란 석유화학 물질은 그 어떤 물질보다 비중이 작아서 물속으로 가라앉지 않는다. 수백 년 동안 바다를 떠다닐 수 있는 능력을 가지고 있다. 그러다 해풍과 짠 바닷물과 자외선 등에 의해 분자구조가 변질되어 쪼개지고, 비중이 높아지면 그때야 긴 여정을 뒤로하고 가라앉기 시작한다. 그리하여 플라스틱 아일랜드에 모인 그놈들은 아주 오래 동안 깊은 바닷속에서 서식할 것이다.

두 달 전에 영국 <가디언>지는 북극해를 정처 없이 떠도는 하나의 폐플라스틱 사진을 게재했다. 어느 나라 어디서 누가 버렸을지 모를 그 폐플라스틱은 얼음을 타고 떠돌다 위도 80도 지점 북해에서 빙하와 함께 인간의 카메라에 찍힌 것이다.

북극해의 폐플라스틱 생존방법은 태평양과 다르다. 러시아와 핀란드 노르웨이 스웨덴 독일 그리고 좀 멀게는 영국 등에서 떠난 폐플라스틱은 추운 북극해로 유입되고 빙하와 만나 그 속에 갇히고 만다. 그렇게 수십 년 동안 폐플라스틱은 빙하 속에서 동면한다. 하지만 기후 변화로 해빙이 되면서 수십 년 동안 가두어 두었던 폐플라스틱이 탈출하는 것이다. 현재 그런 현상이 활발하게 이루어지고 있다고 한다. 빙하가 더 녹으면 플라스틱의 양의 더 많아지고 새롭게 유입된 플라스틱과 합쳐져 태평양의 플라스틱 아일랜드처럼 거대한 섬이 만들어 질지도 모른다.

북태평양에 플라스틱 아일랜드가 있다면 남태평양엔 헨더슨섬이 있다. 칠레와 5000km, 뉴질랜드에서도 5000km 떨어진 외딴 곳에 있는 무인도다. 남아메리카와 오세아니아의 태평양 연안 국가는 물론 아시아 쪽에서 배출된 폐플라스틱이 거대한 환류를 타고 돌다가 정착한 곳이 바로 헨더슨섬 부근이다. 그 섬은 발견된 지 몇 백년은 되었지만, 사람이 먹을 수 있는 담수가 없어 무인도로 버려져 있었는데 지금은 인간이 버린 폐플라스틱이 주인 행세를 하고 있다.

그 섬 해변에는 수십 개 국가에서 버린 수많은 종류의 플라스틱과 그로 인해 죽은 해양 동물의 사체들이 악취를 풍기며 어지럽게 널브러져 있다. 특히 얕은 바다에 사는 갑각류들은 화장품 케이스와 음료수병과 각종 플라스틱 제품 따위를 등껍질이나 집으로 삼아 함께 동고동락하고, 좀 큰 것은 동선상의 어떤 지형지물로서도 이용하고 있다. 불과 이 십 년 사이에 헨더슨섬 동물들은 폐플라스틱과 공존하고 있으며 그런 현상을 이제 당연한 생태계로 여기고 있는지 모른다. 만약 그 섬에 사람이 살고 있었다면 해일처럼 몰려드는 쓰레기를 견디지 못하고 섬을 버리고 떠나지 않았을까 하고 상상을 해본다. 

사실 멀리 갈 필요도 없다. 우리나라는 세계 1위 폐플라스틱 생산국이다. 석유 한 방울도 나지 않는 비산유국이지만 폐플라스틱 생산은 명실공히 세계 1위를 달리고 있다. 특히 근해어업이 발달한 남해안은 최고의 매장량을 자랑한다. 얼키설키 역여 있는 어기구 중에서도 스티로폼으로 만들어진 부표가 핵심적인 미세플라스틱 발원지라고 한다. 조직이 연한 스티로폼은 딱딱한 플라스틱보다 미세화의 속도가 훨씬 빠르기 때문이다.

지난 10월 국정감사에서 더불어민주당 김현곤 의원이 발표한 한국해양과학기술진흥원과 한국해양과학기술원의 '해양 미세플라스틱이 의한 환경 위해성 연구'를 보면 남해안의 진해, 거제 등에서 채취한 굴, 담치, 게, 지렁이 4종 139개체 중 97% 135개체에서 미세플라스틱이 검출되었고, 몇 개의 개체에서는 60개가 넘는 플라스틱 입자가 발견되었다고 한다. 멀리 지중해에서 잡힌 미세플라스틱을 함유한 굴이나, 대서양에서 잡힌 펩시콜라 문양의 바닷가재를 굳이 논하지 않아도 된다. 근해 어업이 발달한 우리나라는 미세플라스틱 배출에 있어 세계 최고 수준임이 분명하기 때문이다.

지구에서 생산되는 플라스틱은 약 3억 톤 정도이며 버려지는 폐플라스틱은 1000만 톤에 가깝다고 한다. 물론 추정치이지만 분명한 것은 우리가 상상할 수 없을 정도의 양이 바다로 흘러 들어가고 있다는 것이다. 플라스틱이 만들어진 지 불과 60년 만에 지구 전체가 몸살을 앓고 있는데 이대로 100년이 더 지나면 지구는 중환자실에서 산소마스크를 쓰고 있을지도 모른다.

우리는 해외토픽에서 죽은 바다 동물이나 조류의 내장에서 폐플라스틱이 나온 사진을 종종 보게 된다. 남태평양 헨더슨섬 부근에서 잡은 거북이 코에서 플라스틱 빨대를 집게로 뽑아내는 동영상을 본 적이 있다. 누가 먹다 버린 것인지 모르지만 정말 보는 사람도 후련할 정도였으니 그 거북이는 그동안 오죽 답답했겠는가. 또한, 수십 개의 비닐팩을 먹고 죽은 고래와 미세플라스틱을 알처럼 품고 있는 플랑크톤의 일종인 물벼룩과 그리고 물고기와 조류들의 사체에서 상당한 양의 플라스틱이 나온 사진들이 인터넷에서 쉽게 발견할 수 있다. 

미세플라스틱에는 두 종류가 있다. 1차 미세플라스틱과 2차 미세플라스틱이 있는데, 1차는 애초 생산 단계에서 미세 알갱이로 만들어진 마이크로비즈를 일컫는 것이고, 2차는 외부적인 힘에 의해 미세하게 부서진 조각을 말한다.

크기는 5mm 이하의 mm급과 그 이하의 마이크로미터급(100만의 1m)과 그리고 나노미터급(10억분의 1m)으로 나뉜다. 물론 크기가 작을수록 통제 범위를 벗어날 수 있는 위험군에 속한다.

1차 미세플라스틱 즉 마이크로비즈는 화장품과 치약과 세안제 등에 사용되는 첨가제 등이다. 그리고 2차 미세플라스틱은 스티로폼 조각과 타이어 마모와 세탁 시 옷에서 떨어져 나오는 섬유 조각과 공사현장, 공장, 일상생활 등에서 생산된 조각들이며, 무엇보다 바다에 부유하면서 수십 년 동안 풍화작용에 의해 미세하게 부서지는 알갱이들이 위협적인 존재들이다. 

개인용 위생용품에서 주로 나오는 1차 미세플라스틱은 전체 미세플라스틱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5% 미만이라고 한다. 그만큼 2차 미세플라스틱이 위험하다는 방증이다. 1차 미세플라스틱의 방출은 법령 등 인간의 의지로서 방지할 수 있지만 2차 플라스틱은 근본적인 인간의 욕망을 조절하지 않는 한 요원하다.

인간에게서 떠난 플라스틱이 마이크로 단위로 분해되고 쪼개지면 그놈은 플랑크톤의 적당한 먹이가 된다. 바닷속을 부유하던 미세플라스틱은 각종 유기물과 함께 플랑크톤 동체 속으로 잠입한다. 그리고 소화하여 배설되지 않고 남아 플랑크톤의 식욕을 감퇴시키며 유기물의 흡입을 막는다. 배가 부르니 식욕이 떨어지기 마련이다. 그렇게 시간이 조금만 지나면 영양 부족으로 성장과 번식이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는다. 그렇게 생존 기간이 짧아진 플랑크톤의 수가 늘어나고 그만큼 플랑크톤의 개체 수가 줄어든다. 먹이사슬이 교란되기 시작하는 것이다.

살아남은 미세플라스틱 플랑크톤은 작은 물고기의 먹이가 되고, 그 작은 물고기는 그보다 더 큰 물고기의 먹이가 된다. 또한 그 먹이사슬에는 조류도 중요한 몫을 한다. 육식성인 갈매기는 플라스틱의 숙주인 플랑크톤을 흡입한 물고기를 아무 생각 없이 먹는다. 또한, 미세플라스틱을 함유한 고등어를 배불리 먹은 고래는 죽으면서 사리처럼 바다 깊숙한 곳에 플라스틱 덩어리를 남겨 놓는다. 그리고 그 플라스틱은 흩어져 다시 플랑크톤의 동체 속으로 들어간다. 물론 갈매기도 고래와 동일한 패턴을 밟는다. 그렇게 미세플라스틱은 부패를 거부하고 수백 년 이상 지구에 생존한다. 그 과정에서 물론 인간을 배제할 수 없다.

마이크로급 미세플라스틱은 이동하는 여정이 오래 걸리지만 mm급의 미세플라스틱은 짧은 시간에 바다 동물의 생존을 위협할 수 있다. 인터넷 검색에 몇 분만 투자하면 물고기와 조류 내장을 해부하여 꺼낸 플라스틱 사진을 쉽게 구할 수 있다. 그 동물들도 플랑크톤과 마찬가지로 소화기관에 남아 포만감을 만들어 식욕을 감퇴시키는 것은 물론이고 장폐색, 물리적 상처, 식습관의 변화, 에너지 감소 등을 일으켜 성장과 번식에 악영향을 미치게 한다. 바다와 연관된 모든 동물은 플라스틱에서 자유로울 수 없는 것이다.

석유 고분자화합물의 일종인 미세플라스틱은 태생적으로 높은 흡착능력을 가지고 있어서 바닷물에 떠도는 소수성이 강한 잔류성 유기오염물질을 자석처럼 잡아당긴다. 그 힘은 강력해서 해수보다 백만 배나 높은 농도의 물질을 축적한다고 한다. 해수에 녹지 않는 소수성 물질을 플라스틱이 강력하게 잡아끌어 자신의 몸에 흡착시키는 것이다.

그 소수성 물질 중에는 악명 높은 벤젠, 다이옥신, 클로로포름, 이취화에틸렌 등이 있으며, 미세플라스틱에 그런 유해 화학물질이 흡착되어 드넓은 바다에서 해류를 따라 부유하는 것이다. 가까운 미래에 발암물질에 오염된 미세플라스틱은 '새로운 종'의 박테리아처럼 존재할지도 모른다. 다이옥신화 된 미세플라스틱이 죽음의 그림자처럼 바다를 지배하는 것이다.

하지만 보다 치명적인 것은 나노급의 플라스틱이다. 현재는 발견되었다는 보고는 없지만 급증하는 마이크로급 미세플라스틱 추세로 볼 때 가까운 시간 내에 나노급 플라스틱이 탄생할 것은 부정할 수 없다. 60년 동안 바다에 축적되어 온 플라스틱은 앞으로 세포 분열하듯 더 빠르게 번식할 것이고 크기도 더 작게, 더 미세하게 쪼개질 것이다. 그렇게 시간이 흐르면 가까운 시일 내에 "독성학적 기작과 영향의 페러다임"이 크게 바뀔 수 있다. 기존의 에볼라 바이러스와 슈퍼박테리아 보다 강력한 플라스틱 박테리아가 나타나 인간의 병리학적인 패러다임을 송두리째 흔들 수 있다는 것이다.

나노급 플라스틱이 유해 화학물질과 뒤엉켜 바다를 부유하다가 먹이사슬에 의해 종착지인 인간의 몸속으로 들어온다고 가정해 보자. 나노급이면 최소한 혈관을 타고 흐를 수 있는 크기이다. 운이 좋아 신장에서 걸러지면 결석처럼 요도 부근을 배회하다 통증을 유발시키고 다시 인간에 의해 세상 밖으로 모습을 나타낼 것이다. 재수가 없어 걸러지지 않은 놈은 혈관에서 적혈구와 백혈구와 혈소판의 활동에 영향을 미칠 것이고 또한 혈관에 슬러지 형성에 지대한 공을 세울 것이다. 그리고 뇌세포를 비롯한 모든 세포 곳곳에 침투하여 환경호르몬처럼 면역 체계를 교란시킬지도 모른다. 

석면이 위험한 것은 소화기관을 통해 배출하지 않고 체내에 남아 면역체계를 혼란케 하여 질병을 유발하기 때문이다. 석유를 태워 에너지를 만들면서 부산물로 나온 일종의 미세먼지도 궁극적으로는 그와 별반 다르지 않다. 하지만 그것들은 인간이 통제할 수 있는 영역 안에 있지만 미세플라스틱은 너무나 광범위하게 인간의 생활 속에 들어와 있기 때문에 통제에 한계가 있다. 당장이라도 아파트 분리수거 장소에 가보면 알 수 있듯이 패트병을 비롯한 엄청난 양의 플라스틱이 매일 배출되고 있다.

미세플라스틱 문제는 이산화탄소처럼 전 지구적인 이슈로 부각되고 있지는 못하지만 몇 년 전부터 유엔 산하 기구에서 조금씩 움직이기 시작했다. 2012년 국제해사기구(IMO), 국제연합식량기구(FAO). 유네스코정부간해양위원회(UNSCO-IOC), 국제환경계획(UNEP) 등이 공동으로 지원하는 국제해양환경 전문가 그룹(GSMPWG40)이 만들어졌다. 그리고 2014년에는 국제연합환경총회에서 미세플라스틱에 관한 결의안을 채택하여 해양 플라스틱 쓰레기와 미세플라스틱에 관한 현안과 동향을 종합적으로 검토하기 시작했다.

엘니뇨 현상으로 대변되는 이산화탄소 문제가 지구환경의 대명사처럼 되어있지만, 양적으로 볼 때 지구에서 생산되는 플라스틱은 결코 에너지의 산물인 이산화탄소 보다 뒤지지 않는다. 머지않은 시일 안에 대책을 강구하여 시행하지 않는다면 미세플라스틱은 이산화탄소를 능가하는 전 지구적 환경문제로 부상할 것이 주지의 사실이다. 

세계 각국에서도 미세플라스틱의 문제를 심각하게 인식하고 갖가지 규제와 문제 해결을 위해 활발하게 움직이고 있다. 우리나라에서도 2012년부터 정부 연구기관인 한국해양과학기술원에서 남해를 중심으로 시범연구를 하기 시작하였고, 그린피스 한국지부와 여성환경연대 등에서 꾸준히 관심을 갖고 조사와 연구와 아젠다 형성을 위해 동분서주하고 있다. 

하지만 우리나라의 환경부 입장은 아직까지는 매우 낙관적이다. 환경부에서 2017년 11월 24일에 "수돗물 중에 미세플라스틱 함유 실태 조사 결과 발표"라는 제목의 보도자료를 냈다. 우리나라에서 처음으로 수돗물에서의 미세플라스틱 존재 유무에 대해 조사한 것이다. 서울을 비롯한 대도시 주변 정수장에서 24개 시료를 채취하여 조사한 결과 3개 시료에서 미세플라스틱이 발견되었는데, 리터당 0.2~0.6개의 미세플라스틱이 검출되었다고 하면서 외국의 4.5개에 비하면 아직까지는 우려할 만한 수준이 아니라고 강조한다. 

또한, 국민의 불안감을 해소시키기 위한 뜻인지 플라스틱의 환경호르몬 문제가 사회적 이슈가 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미세플라스틱의 유해성에 대해서 이렇게 친절하게 언급한다. 

"미세플라스틱 첨가제 및 오염물질(중금속, 난분해성 유기오염물질(POPs))은 위해 가능성이 있으나 섭취에 대한 노출량을 매우 낮은 것으로 보고..."

환경부가 말하고 싶은 내용은 미세플라스틱이 수돗물에서 발견은 되었으나 외국에 비해 극히 미미한 수준이고, 더구나 미세플라스틱의 유해성에 대해서도 아직까지 연구 발표된 것이 없으며, 그렇더라도 "향후 다양한 노출 경로를 고려한 중장기 연구 추진 예정"이니 염려하지 않아도 된다는 것이다. 국가에서 국민의 건강보건을 위해 조사한 것이기에 완곡하게 표현해야 함에도 불구하고 전반적인 톤은 매우 낙관적으로 기술되어 있는 것을 볼 수 있다. 사실 미세플라스틱이 아니더라도 이미 인간은 온갖 병원체와 유해물질에 노출되어 있으며 그때그때 방어 무기를 잘 만들어내고 있는데 그까짓 플라스틱 쯤이야...라는 심사인지도 모른다. 

6000년 전 수메르인들이 방수제와 모르타르용으로 광범위하게 사용했던 석유(역청)가 20세기 격동의 석유에너지 시대를 거쳐 이제 화려한 석유화학 시대를 풍미하고 있다. 석기시대, 청동기시대, 철기시대 그리고 석유 시대를 거쳐 플라스틱 시대를 맞고 있는 것이다. 인간이 사용하는 거의 모든 제품이 플라스틱으로 이루어져 있다. 우리는 매일 집과 회사에서 플라스틱 숲에 묻혀서 살고, 거리에서도 매일 플라스틱 정글을 지나고 있으며, 이제는 그 플라스틱이 없으면 아무것도 할 수 없는 세상이 되었다. 스마트폰이 플라스틱으로 만들어지지 않았다면 핸드폰이란 단어의 의미를 상실한 채 주머니에 넣고 다니지 못한다. 짊어지고 다녀야 한다는 말이다. 자동차의 타이어를 비롯한 차체의 무게도 무거워지고 따라서 가격도 비싸지고 가솔린의 소비도 한없이 높아질 것이다. 플라스틱이 없는 세상은 상상할 수 없다. 석유가 고갈되지 않는 한 인간은 플라스틱을 포기하지 않을 것이기 때문이다.

플라스틱은 성형의 용이성이 매우 뛰어나 가소제, 산화방지제, 난연재 등 화학물질을 첨가하면 사람이 요구하는 모양을 다 만들어낼 수 있다. 그리고 원료와 생산 단가가 저렴하여 소비성이 강하다. 여타의 금속과 목재에 의존했던 과거의 용기는 석유화학 제품에 대적할 수 없다. 미래에도 현재보다 발전되고 다양한 플라스틱이 세상에 나올 전망이다. 에너지원으로서의 석유는 하향 추세지만 플라스틱으로서의 석유는 하락을 모르는 상승곡선을 이루고 있다. 당분간은 질주하는 플라스틱을 저지할 대체 방법은 없을 것이다. 

인간의 욕망에 의해 변화무쌍하게 자유자재로 모양을 만들 수 있는 플라스틱은 10% 정도 만 재활용을 한 채 지구 곳곳에서 버려지고, 길지 않는 여정을 거쳐 바다로 모인다. 그리고 그중 일부는 먹이사슬이라는 자연의 법칙에 따라 다시 인간의 식탁에 놓인다. 인간의 손을 떠난 플라스틱이 작고 오염되어 연어처럼 다시 인간의 품으로 회귀하는 것이다. 먼 훗날 인간이 지구에서 사라진 후, 어느 행성의 외계인이 지구에 도착하여 바닷물 성분을 검사한다면 아마도 플라스틱이란 물질이 주성분으로 검출될지도 모른다. 그리고 그들은 이렇게 기록할 것이다. 

"지구 바다의 주성분은 수소 2개와 산소 1개가 결합한 분자, 그리고 다양하고 복잡한 분자구조의 탄화수소 화합물이다. 물론 생명체는 보이지 않는다."


오마이뉴스 2017.12.19

Posted by 안호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