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5년 8월 1일
각흘산
둘이서
자등리(12시 30분) - 샘무골 입구(12시 50분) - 능선 안부(14시 00) - 정상(15시 10분) - 약사령(16시 35분) - 약사골(17시 20분)
퇴계원 8시 15분 - 광릉내 9시 10분 - 일동 12시 15분 - 자등리 12시 25분 도착
약사동에서 17시 20분 버스 타고 나옴
오늘은 김은식이란 녀석과 함께 했다. 머 같이 가는 게 썩 내키지는 않았지만 녀석의 집요한 간청에 넓은 아량으로 허락하였다.
시작부터 사단이 났다. 퇴계원에서 광릉내가는 길이 밀리더니, 광릉에서 일동 가는 길도 순탄치 않았고, 일동에서 시외버스를 타는 데도 1시간 이상을 기다려야 했다. 하여 집에서 나와 자등리까지 가는데 장장 5시간이 걸렸다는 사실이다. 피서를 향한 광란의 엑서더스였다.
특히 토평3거리에서 확인한 결과 이 광란의 피서족들은 거의 백운동계곡으로 집결한다는 것이다. 경기도민의 광란의 피서에 경의를 표하지 않을 수 없다.
그들은 더위를 피하러 가고, 우린 더위를 이기려 가고, 머 사람사는 게 제각각이니까...
자등리 버스정류장에서 20분 정도 되돌아 올라가면 김씨농장이란 간판이 나오고, 그 간판을 따라 100여미터 가다 오른쪽 능선을 치고 올라가면 이런 숲이 연속된다.
여기서 점심을 먹었다. 잣나무숲의 분위기가 썩 밝지 만은 않았다. 날씨가 잔득 흐린 탓도 있었지만 높다란 침엽수의 기운이 위압적이었는지 모른다. 그 잣나무들이 한 100년만 더 나이를 먹었으면 콜로라도 국립공원 분위기를 연출하였을 거다.
드디어 주능선에 올랐다. 멀리 각흘산 정상이 보인다.
여기서 부터 천둥번개가 치기 시작했다. 아직 비는 내리지 않았지만 저 봉우리 넘어엔 폭우가 쏟아지고 있었다.
철원 방향에 있는 용화저수지가 신비롭게 보인다. 시꺼먼 구름 사이에서 무언기 하늘의 기운을 받고 있는 풍경이다.
오늘도 욕봤다
그리고 정상을 지나자 마자 잔득 팽창해 있던 구름이 드디어 폭우를 퍼붓기 시작했다. 천둥소리가 세상을 쪼개기라도 하듯 칼날 같은 굉음을 울리며 우리를 사정없이 덮쳤다. 우비를 입은 우리는 바위 밑에 몸을 숨기고 그 험악한 분위기가 가실 때까지 기다렸다.
은식이 놈은 천둥소리가 들릴 때부터 지은죄가 많아 번개에 맞을 확율이 높다면서 내심 불안감을 감추지 않았다. 처음엔 농담인 줄 알았는데 사태가 더 악화되자 정말 엄살이 아니라는 사실을 녀석의 춥다는 말에서 확인할 수 있었다. 녀석은 분위기가 좀 잦아들자 담배를 연신 피워댔다. 덩치는 산만해가지고...
약사령에서 / 제작년인가, 각흘을 넘어와 저 이정표 자리에서 쉬며 과일을 폭풍 흡입했었다 / 아마도 늦은 여름이었을 거다 / 그때 언젠가 이 약사령을 넘어가겠다고 약속을 했었다 / 오늘이 그날이다
비는 멈추었지만 약사동으로 내려가면서 또 다시 대차게 폭우가 몰아쳤다 / 그래도 다행인 건 약사동에 도착하지 마자 버스가 우릴 기다리고 있었다는 사실이다 / 17시 15분에 떠나는 버스여서 그 차를 포기하고 택시를 부를 요량이었는데, 이렇게 우리가 올 때까지 기다려 준 기사 아저씨 한테 감사의 인사를 전한다 / 아저씨가 담배만 피우지 않았어도 우린 택시를 불러야 했던 것이다 / 오전의 사악한 교통편에 비하면 오후엔 천국의 교통편이었다 / 세상사 다 그런가 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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